
평소에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만큼 바쁘게 생활하는 편이다. 아침에 일어나 할 일을 정리하고, 컴퓨터를 켜고, 연락을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 지나 있고,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면 저녁이 된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얼마 전에도 그런 하루였다.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고, 잠시 시간을 내어 근처 카페에 들어가 쉬게 되었다.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비를 피할 겸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잠깐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 밖을 바라보니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우산을 쓰고 빠르게 걸어가는 사람도 있었고, 비를 맞지 않으려고 처마 밑에서 잠시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자동차들은 평소보다 천천히 지나갔고, 신호등 앞에는 우산을 든 사람들이 길게 서 있었다. 매일 지나던 거리였는데도 비가 내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분위기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커피가 나오기까지는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조금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평소에는 휴대폰만 바라보거나 해야 할 일만 생각했는데, 그날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오히려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비가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도 괜히 멍하니 보게 되었고, 카페 안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와 평소보다 훨씬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을 보니 각자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노트북을 펼쳐 놓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또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도 있었고, 혼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사람도 있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모두 다른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나 역시 평소에는 카페를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날은 조금 달랐다.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기도 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공간이기도 하며, 누군가에게는 일을 하는 사무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장소라도 사람마다 의미가 다르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비 오는 날에는 괜히 예전 기억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학교를 다니던 시절, 비가 오면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없어 친구들과 복도에서 이야기하던 기억도 떠올랐고, 우산이 없어 비를 맞고 집까지 뛰어갔던 날도 생각났다. 그 당시에는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런 평범한 순간들도 추억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한참 창밖을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빗줄기가 조금씩 약해지고 있었다. 사람들의 발걸음도 다시 빨라졌고, 도로 위 차량들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카페 안도 처음보다 사람들이 많아졌고 주문하는 소리와 커피를 만드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려왔다. 평범한 풍경인데도 여유롭게 바라보고 있으니 괜히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대부분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바쁘게 살아간다. 해야 할 일도 많고, 책임져야 할 일도 많다 보니 쉬는 시간조차 제대로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끔은 일부러라도 잠시 멈춰 서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거창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카페에서 따뜻한 음료 한 잔을 마시며 잠깐 쉬는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큰 여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그날 다시 느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비는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천천히 걸으면서 평소 같으면 지나쳤을 골목길도 한 번 둘러보고, 빗물에 젖은 나무와 화단도 유심히 보게 되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하루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이런 평범한 시간이 오래 기억에 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는 하루하루가 비슷하게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평소와 다른 풍경을 발견할 수 있고, 잠깐의 여유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앞으로도 시간이 날 때마다 잠시 멈춰 주변을 둘러보는 습관을 가져보려고 한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더라도 오늘처럼 커피 한 잔과 창밖의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찾는 휴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 아주 작은 순간에 숨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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